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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의 개념

고대 문명 중에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의 비옥한 계곡을 따라 현재의 이라크 땅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았던 수메르인들이 있습니다. 5,000여 년 전, 수메르인들은 조직화된 국가를 세우고, 도시를 건설하고, 글자를 발명했습니다. 수메르의 글들은 점토판에 보존되었고 최초의 "지혜 문학"의 기초를 이루었습니다(Biren & Svensson, 2005, p. 4).

 

이집트 문명은 기원전 3200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 번성했습니다. 지혜에 관한 최초의 기록된 가르침들 중 일부는 이집트인들에 기인합니다. 이시(Issi)의 파라오 5왕조(기원전 2870~2675)의 프타호텝(Ptah-hotep)은 올바른 행동에 관한 지혜에 관한 문헌을 썼습니다(Brugman, 2000). 이집트의 지혜 문헌에는 '지식으로 자만하지 말고, 지혜로 우쭐대지 말라'는 등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선행과 지혜의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들과 초기 이집트인들의 다른 글들은 구약성경의 책들에서 많은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에게 친숙한 히브리어 지혜의 원천이었다고 믿어집니다.

Bible

히브리인들은 기원전 2200년경에 수메르의 우르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히브리인들은 그리스인들의 지혜에 신학적 요소를 추가하였고 지혜가 신의 계시와 진리의 계시가 되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가 잘 나타나 있는 문헌은 성서입니다. 성서에는 특별히 지혜문학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성서에 나타난 지혜라는 용어의 개념을 먼저 살펴보고 지혜문학에서 말하는 지혜의 특성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혜를 뜻하는 히브리어의 주요 단어 호크마(חָכְמָה hokhmah)는 광범위하게 "어떤 영역에서든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가리키며, 여성들이 염소털을 린넨으로 돌리는 것(출 35:25-26)에서부터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는 것에 이르기까지 히브리어 성경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렘 10:12). 마이클 폭스(Michel Fox)는 토라, 전후기 예언자, 그리고 글들의 본문들을 참조하면서, (a) "기술", (b) "학습", (c) "지각", (d) "영리함", (e) "신중함", (f) "현명함"을 포함하는 단어의 의미적 폭을 설명합니다(Fox, 2000, pp. 32-33). 헌트(Alastair Hunter)는 그의 저서 Wisdom Literature에서 호크마의 쓰인 용도에 대해 구약성경에서 쓰인 6가지 다른 함축적 의미를 도출하고, 그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예시를 인용하였습니다. 6가지 의미는 실용적인 기술과 재능(2006, p. 9), 행정력(p. 10), 솔로몬 왕의 재능(p. 12), 타고난 재치(p. 14), 평생 학습(p. 15) 그리고 윤리적, 종교적 자질(p. 17)에 관한 것입니다.

 

레이드(Standord Reid, 1976)는 성경의 지혜의 의미를 알기위해 성경의 지식과 지혜의 차이점을 설명하였습니다. 지식은 주로 지성적인 것을 다룹니다. 지식은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것은 결코 최종적이지도 궁극적이지도 않습니다. 반면에 지혜는 다른 성격과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혜는 지식을 포함하지만 더 심오합니다. 지식은 경험의 현상들과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지혜는 사실들과 개인과 모든 사람들의 경험을 더 궁극적인 의미에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또한 인간에게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 주려 합니다(시 111:10; 전 12: 13). 지금까지 고대 이스라엘에서의 지혜의 의미와 지혜와 지식의 차이점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면 성서의 지혜문학의 의의와 지혜문학에서 말하는 지혜의 특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구약성서는 전통적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모세오경, 예언서, 성문서입니다. 성문서에 속하는 책들 중 욥기, 잠언, 전도서를 지혜문학이라 부릅니다. 이 책들을 지혜문학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내용상의 특징들 때문인데 지혜문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주요내용과 주된 관심이 지혜에 대한 것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혜는 히브리어로 호크마라고 하는데 이것은 구약성경 전체에서 318번 사용되었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183번이 이 세 권의 지혜문학에 나옵니다(Jenni & Westmann, 1997, p. 418). 이것은 이 책들이 다른 어떤 책보다도 지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지혜문학에는 모세오경이나 예언서, 묵시문학 등 비지혜문서에서 나오는 내용이나 주제가 나오지 않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와 관련된 주제와 구원, 구속사, 신앙고백 등의 내용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지혜문학에는 인간의 이성, 경험, 사색 등을 통하여 얻어진 우주의 질서와 원리를 찾는데 관심이 모아져 있습니다. 이러한 우주의 비밀을 찾는 것은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주와 세계의 신비를 탐구함으로써 지혜를 찾는 것입니다(천사무엘, 2009, p. 16).

 

모세오경이나 역사서 등 성서 전반에 걸쳐 지혜에 대한 메시지와 지혜라는 용어가 나오고 모두가 지혜를 담고 있는데, 특별히 지혜문학이 출현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다윗과 솔로몬을 시작으로 왕정과 그에 수반된 국가 통제 기구가 설립되었으나 정착되지 못한 점이었습니다. 중앙집권적인 행정은 그 운영을 위해 공직 생활의 기풍과 예절 교육을 받은 사람들, 비서, 서기관, 상담원들로 구성된 집단을 필요로 했습니다. 잠언의 많은 가르침과 격언적인 자료들은 이러한 교육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쓰였습니다. 히브리 성서의 지혜 문학에서, 우리는 우주론, 윤리학, 사회도덕, 그리고 경건함과 같은 지식의 모든 측면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을 발견합니다. 이 지혜 문학의 많은 부분은 숙련되고 정교하며 학식이 풍부한 사람들을 위한 노련한 현인들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글 자체가 높은 식견을 나타냅니다(Legaspi, 2018, p. 57).

 

이런 지혜문학에 나타난 지혜의 특징을 살펴보면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의 개념의 특징에 대해 좀더 깊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혜에 대해서는 잠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지혜는 정치적, 사법적, 군사적, 지성적인 면 등 인간의 삶과 연관된 여러 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혜는 정의롭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입니다. 지혜는 특히 창조신앙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혜는 창조사역에서 창조주의 조력자로 활동했습니다. 잠언에서는 지혜로운 자를 의인이라고 부르고 모세오경에서는 율법을 지키는 자를 의인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지혜를 따르는 자와 율법을 지키는 자 모두 의인으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을 통해 지혜와 율법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천사무엘, 2009. pp. 240-241). 이 잠언들은 또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라는 사실을 포함하여 지혜의 질을 설명합니다. 기독교의 출현으로 인간의 지혜가 최고조에 달했던 초기의 철학적 지혜와 신의 선물로서의 종교적 지혜의 개념 사이에 더 명확한 구별이 이루어졌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지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생깁니다. 기원전 9세기 솔로몬 왕은 현명한 존재로 여겨졌고 그의 지혜는 정의, 정치적 지혜, 기술적 지혜, 지성, 지식은 여호와로부터 받은 신의 선물로 생각되었습니다(Brugman, 2000). 여호와는 솔로몬에게 그 이전과 이후의 모든 사람을 능가하는 지혜를 약속했습니다(왕상 3:12).

 

위에서 언급한 지혜와 율법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잠언 9:10에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는 구절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지혜는 여호와 경외(두려움)로 시작됩니다. 여호와를 경외한다는 것은 여호와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이고 개인적 한계에 따른 윤리적 입장과 나아가 여호와의 적극적인 도덕적 질서 집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 대한 인식을 설명합니다.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것은 여호와를 구체적으로 잘못에 대해 심판하시는 재판관으로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호와를 두려워 함으로 사람은 악에서부터 돌아섭니다. 여호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호와께서 주신 기준 없이 행동하는 것이고 속이는 것이고 부정직하고 파렴치하게 이득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여호와를 두려워하며 사는 것에 대한 강한 도덕적 성찰은 양심에 복종하며 사는 삶과 같습니다. 즉 말씀 따라 선과 의로움에 내적으로 인도를 받는 삶을 말합니다(Legaspi, 2018, p. 16). 여호와를 두려워함으로 결국 율법의 인도함을 받는 삶을 살게 되고 그것이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입니다.

 

구약학자 폰 라드(von Rad, 2012, pp. 428-433))는 이스라엘의 지혜 전통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 지혜가 경험에 기초한 생활과 세상의 법칙의 실제적인 지식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철학적이거나 이론적인 체계이거나 포괄적인 지식체계가 아닙니다. 둘째, 지혜전통에 접근하는데 있어 출발점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그의 명령과 계시입니다. 지혜는 지식과 경험을 통해 신앙을 찾기보다는 일상생활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즉 지혜는 일상생활의 가장 평범한 국면에 속해 있습니다. 셋째, 지혜는 조언을 주는 것이지 복종을 강요하지 않으며 듣는 이의 판단에 호소합니다. 그러므로 교리적이지 않고 엄격하지 않으며 접근방법이 실제적입니다. 넷째, 지혜전통의 목적은 사람들이 악을 거부하고 선을 선택하도록 분별력을 줍니다. 선하다는 것은 선을 선택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선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서의 특성이 이론적인 측면이 많지만 지혜전통은 실제적입니다.

 

요약하면,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 기술을 습득하는 것, 도덕적 미덕을 얻고 전략을 세우는 것 등을 말합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과 법칙에 대한 분별력과 인생의 큰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