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술(spiritism 혹은 spiritualism)은 1848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심령술을 믿는 사람들은 육체가 죽은 후에도 사후세계가 존재함을 믿으며 여러 통로를 통해 그 죽은 자의 영과 대화하는 것을 믿습니다(Nelson, 1969).
심령술은 인간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비록 형태가 다르고 이름이 다르지만 모든 시대에 모든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생과 사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부터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일상적인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리스 로마시대 이전의 역사 초기에도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메시지나 예언, 소리를 전달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 초심리학이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심령술 즉 사후의 세계와 미래에 대해 알기 위해 죽은 사람의 영과 대화를 한다는 심령술과 연결되어 발전해 왔습니다. 유물론은 생명체를 일종의 기계장치로 보며 우리의 의식이나 무의식 같은 정신현상을 일종의 컴퓨터와 마찬가지인 뇌 안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현상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그에 반해 심령론은 정신현상을 물질과 다른 특별한 작용으로 보려고 합니다. 비록 이 세계에서 생명은 육체에 의존해서 활동하지만 육체를 초월해서도 존재 가능하며 따라서 육체적 삶을 마감하더라도 또 다른 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심령론 옹호론자들은 유령이나 영매술, 환생, 임사체험 등을 그 증거로 제시합니다(맹성렬, 2012, pp. 262-263).
심령술의 발달 역사
심령연구는 19세기 후반부터 3단계를 거쳐 초심리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제1단계는 심령술이 극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근대 심령주의에 불씨를 댕긴 사건이 1848년 말 미국 New York의 Rochester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도깨비 집에서 살고 있는 John Fox라는 사람의 집에서 일어났습니다. Fox에게는 두 딸 Maggie와 Kate가 있었는데 그들은 무엇인가 두드리는 소리를 며칠 동안 들었습니다. 그 소리의 출처를 알기 위해 여러 가지로 문답 실험을 해 보았는데, 그 소리는 살아 있는 사람과 대화하기를 원하는 어떤 죽은 사람의 목소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Fox 자매는 결국 유령과 대화를 하게 됩니다. 그 이후 Fox 자매는 첫 번째 영매가 되었습니다. 유령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은 이야기였지만 Fox 집안의 사건 이후 심령술이 미국과 해외에 널리 성행하게 되어 죽은 영혼과 살아 있는 가족들 사이에 만남인 강신회가 성했습니다(Alvarado, 2009).
제2단계는 심령주의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는 학자들이 단체를 결성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심령현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심령연구회(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가 창립되었습니다. 사례연구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실험을 도입함으로써 심령연구가 비로소 과학적 틀을 갖추게 됩니다.
제3단계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무대가 바뀌면서 1927년 Rhine에 의해 시작됩니다. Rhine은 시카고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기독교에 적대적인 교수들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과학만능주의가 무소불위의 권위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Rhine은 심령술과 신비주의에 매료되었고 사후세계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과학 사회가 초자연적인 진리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영국 SPR과 미국 SPR의 회장인 William MaDougal과 친구가 됩니다. Rhine은 신비적 방법을 통해 의식적인 사후세계를 증명하려는 SPR 회원들의 시도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MaDougal은 듀크 대학으로 가면서 Rhine에게 듀크 대학에 가서 인간의 정신을 연구하는 학과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Morey, 1984/1984, p. 153). Rhine은 과학계가 신비주의 무당, 강령술, 마술과 같은 용어에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용어의 장벽을 허물면 과학계가 귀를 기울일 것으로 판단하고 Rhine이 최초로 초감각 지각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초감각 지각의 발견으로 어느 정도 과학계로부터 시선을 끌었지만 초감각 지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너무 빈약해서 과학계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습니다. Rhine은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초감각 지각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확신 속에서 초감각 지각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카드와 같은 도구들을 가지고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Morey, 1984/1984, p. 155).
심령술에 대한 성경적 관점
심령술은 일반적으로 동양권이나 저개발국가에서 많이 성행하고 서구세계에는 거부되거나 주변현상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서구에서는 기독교와 계몽주의 사상 때문에 심령현상이 성행하지 못했습니다. 기독교는 초자연적인 신앙이지만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 외의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경(신명기 18:9-12, 15)에서는 엄격히 심령술을 금하고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세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고 그것의 원천이 사탄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계몽주의 또한 심령현상을 천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계몽주의는 계시를 반대하고 계시의 자리에 과학과 이성을 대치했습니다. 이성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심령현상을 미신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서구는 사적이고 주관적인 계시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점이나 마술, 접신에 대해 경시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기독교와 이성이 약화되면서 주관적인 지식이 유입되었습니다(Mangalwadi, 1998, pp 64-66).
그러면 성경적 예언과 영감은 심령술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성경적 예언과 영감은 영원하시고 인격적인 하나님이 인간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성경 기록자는 자신의 지성과 환경에서 기록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감동을 받고 감독을 받기에 그들은 하나님께서 기록하기를 원하시는 것을 그대로 기록합니다. 성경의 예언자들과 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의 채널이 되기 위해 스스로 신들린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 예언자가 환상을 보기도 하고 무아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에게 가져오기 위해 주도권을 가지는 것은 하나님이십니다. 이에 비해 일반적으로 심령술에서는 영매의 인격은 제외되고 다른 존재가 말합니다(Miller, p. 144).
성경에 나오는 심령술에 대한 견해를 신명기 18:9-12과 이사야 8:19-20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거든 너는 그 민족들의 가증한 행위를 본받지 말 것이니 그 아들이나 딸을 불 가운데로 지나게 하는 자나 복술자나 길흉을 말하는 자나 요술하는 자나 무당이나 전언자나 신접자나 박수나 초혼자를 너희 중에 용납하지 말라. 무릇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여호와께서 가증히 여기시나니 이런 가증한 일로 인하여 네 하나님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시느니라(신 18:9-12).
혹이 너희에게 고하기를 지절거리며 속살거리는 신접한 자와 마술사에게 물으라 하거든 백성이 자기 하나님께 구할 것이 아니냐 산자를 위하여 죽은 자에게 구하겠느냐 하라 마땅히 율법과 증거의 말씀을 좇으리니 그들의 말하는 바가 이 말씀에 맞지 아니하면 그들이 정녕히 아침 빛을 보지 못하고...(이사야 8:19-20).
이 본문을 통해 볼 때 성경은 심령술을 정죄하고 있습니다. 심령술이 성경적 예언과 상관없을 뿐 아니라 그 당시의 이방인들이 행하는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심령술을 정죄하는 것이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정보와 인도를 구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잘못된 것에서 정보를 구하기 때문입니다. 심령술은 하나님 영역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하나님이 정하고 인정한 수단이 아닙니다. 때로는 하나님께서 그 일부만 계시할 때에 우리 인간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기보다 피조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하나님께서 보류하고 계신다고 암암리에 여기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나타내 보이시지 않는 정보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 외에도 성경은 타락하지 않은 천사와 같은 선한 영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들과 접촉하라고 권고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금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매였던 라파엘 가송는 접신술의 교묘한 술책과 그것의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 자신이 불러내었던 영이 사실은 죽은 사람의 영들이 아니라 마귀의 속임수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박영호, 1992, p. 212).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보다 악마의 증언을 믿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에게 사탄이 속일 목적으로 이탈한 영인 것처럼 행사합니다(Martin, 1996, pp. 345-346). 또 사울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하나님께 직접적으로 묻기보다는 영매를 통해 죽은 사무엘을 불렀고 그것 때문에 사울이 마침내 그 나라를 잃고 말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사울이 죽은 것은 여호와께 범죄하였음이라. 저가 여호와의 말씀을 지키지 아니하고 또 신접한 자에게 가르치기를 청하고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저를 죽이시고 그 나라를 이새의 아들 다윗에게 돌리셨더라(대상 10:13-14).
사울이 여호와께 묻자오되 여호와께서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선지자로도 그에게 대답하지 아니하시므로 사울이 그 신하들에게 이르되 나를 위하여 신접한 여인을 찾으라 내가 그리로 가서 그에게 물으리라 그 신하들이 그에게 이르되 보소서 엔돌에 신접한 여인이 있나이다(삼상 28:6-7). 성경에 따르면 죽은 사람은 의식이 없고 산자와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대화는 죽은 자의 영과 하는 것이 아니고 나쁜 영과 하는 대화입니다. 이것이 영매의 말 “내가 지구로부터 오는 신을 본다”(삼상 28:13). 엘로힘이라는 복수단어는 성경에서 하나님을 가리킬 때뿐 아니라 거짓 신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영매가 보았던 것은 사무엘이 아니라 거짓 신인 악한 영이었습니다. 심령론자들은 엔돌의 영매 이야기에서 죽은 자 사무엘의 영혼과 대화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의 영과는 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엘로힘이 가리키는 대로 거짓 신이나 나쁜 영과 대화한 것입니다.
구약성경은 죽은 자들의 세계와 살아있는 자들의 세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두 세계의 접촉을 금지하기 때문에, 혼을 불러내는 모든 형태의 초혼을 금지하며, 혼과 만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합니다. 죽은 자들의 혼을 불러내어 그것을 숭배하고 죽은 자의 혼에게 살아있는 사람의 일에 대하여 물어 보는 것은 고대의 많은 종교들에 일반화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무교의 공통적 요소이며, 이스라엘의 신앙 속에 침투하여 예루살렘 성안에서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겔 8:7). 이러한 이교의 관습에 대한 금지는 위에서 보았듯이 이미 구약성경에 분명히 나타나 있습니다(김균진, 2002, p. 139). 무당들이 불러내는 죽은 사람들의 영은 성경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의 영이 아니라 마귀의 장난에 불과 합니다. 그리고 죽은 영과 접촉하려는 시도는 성경이 금하고 있습니다.
'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두개파 (Sadducees) (0) | 2024.01.17 |
---|---|
바리새파(Pharisees) (0) | 2024.01.16 |
명상에 대한 기독교적 평가 (4) | 2024.01.09 |
자유주의, 신정통주의, 복음주의의 차이점 (2) | 2024.01.09 |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의 개념 (4) | 2023.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