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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육 & 심리

신학적 관점에서 본 지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추구 가운데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완전하고 숭고하며 유익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지혜의 추구에 자신을 바칠 때 인간은 더 완전해지고, 만물을 지혜로 만드신 하나님의 모습에 가장 가깝기에 더 숭고하며, 지혜에 의해 불멸의 영역에 도달하기 때문에 더 유용하고, 지혜의 대화에는 쓴맛과 피곤함이 없고 기쁨과 즐거움만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Aquinas, 2005, p. 19).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지혜를 갈망해 왔습니다. 고대의 작가들은 격언집과 우화집 속에 지혜를 담아두려고 애썼고 현대의 학자들은 그 속에 담긴 지혜의 정수를 밝혀내려고 애썼습니다(Currow, 2015/2018, p.1). 문화와 역사를 통틀어 지혜는 인간의 지식과 인격의 이상으로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지혜의 개념은 여러 하위 요소를 가진 복잡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정 하위 요소에 대한 상대적 강조는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달랐지만, 서로 다른 점보다는 유사성이 더 많습니다. 고대와 현대의 문헌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혜는 지식과 더불어 삶을 윤리적으로 만드는 바람직한 덕목으로 여겨졌습니다. 즉 지혜에 대한 가장 일관된 구성 요소 중 하나는 공통선, 윤리, 도덕과 같은 미덕입니다. 도덕적 지혜는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특별한 상황에서 해야 할 것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입니다(Ardelt, 2004).

 

역사적으로 지혜에 대한 담론이나 연구는 주로 철학이나 종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문화인류학, 정치, 과학, 교육 및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지혜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는 서구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고, 사회심리학, 성격심리학, 인지심리학, 발달심리학 연구자들이 각각 다른 관점에서 관심을 갖고 여러 이론들과 방법을 확립했지만 철학과 관계가 깊습니다(Baltes & Kunzmann, 1990, p. 112).

 

지식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혜는 더욱 필요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은 지혜의 한 구성요소이지만 지식이 지혜 그 자체는 아니며 지혜는 분별력을 갖고 지식을 취사선택하여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혜는 지식보다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지혜

 

19세기 중반 중동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와 고대 언어와 문헌을 해독하게 되면서, 성서학계는 성경의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이 근동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약의 세계는 고대 근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구약에 표현된 사상과 근동의 주변 문화에서 발견되는 사상 사이에 많은 유사점이 있음을 밝혀졌습니다(Rad, 1972, p. 81).

 

고대근동에서 지혜는 인간의 이성적, 지적인 활동의 산물이었습니다. 즉 고대 근동에서 지혜는 인간이 탐구하고 연구해서 얻은 인간적인 지혜입니다(박준서, 2000). 그러나 이스라엘 신앙에서는 인간적인 지혜가 한계가 있음을 말해줍니다(전 8:17). 구약의 지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솔로몬 왕은 기브온 산당에서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고,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셨습니다. 욥기 28장을 보면 지혜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만이 지혜가 있는 곳을 아시고(욥 28:24), 인간에게 지혜를 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신앙 안에서는 지혜를 얻는 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스라엘 지혜서는 욥기, 전도서, 잠언 등인데 지혜서의 목적은 전통적인 지혜와 현재의 지혜를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이 지혜로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돕습니다. 가르침의 대부분은 개인 생활이나 공직 생활에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Falbon, 2017, p. 30).

 

구약성경에 사용된 지혜에 해당 되는 말은 호크마(חכמה)인데, 웰튼(D. M. Welton)에 따르면 히브리 단어 호크마(חכמה)는 하나님의 지혜(잠 3:19)와 인간의 지혜(단 1:17) 모두를 나타냅니다. 인간의 지혜는 일반적인 지혜와 특별한 지혜가 있습니다. 일반적 지혜는 자연에 대한 지식(왕상 4:33), 인간사에 대한 지식(사 19:I), 시적이고 정서적인 언어의 재능(왕상 4:32), 그리고 미래를 예언하고 꿈을 해석하는 기술(단 5:11)등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 특별한 지혜는 강한 윤리적 특성을 지닙니다. 지혜의 근원이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고 신의 계시의 진리를 인생의 다양한 관계와 환경에 적용하는 지혜는 그 단어 속에 모든 미덕을 포함합니다. 지혜에 대한 야고보가 정의한(약 3:17) ‘위로부터 난 것’이라는 것이 바로 구약의 호크마(חכמה)를 의미합니다(Welton, 1897, p. 183).

 

루터(Edward Root)에 따르면 지혜서인 잠언, 전도서, 욥기에 쓰인 호크마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혜는 세계계획, 진리의 체계, 법과 이상을 말하는데 이러한 것에 따라 우주가 창조되었습니다. 둘째, 지혜는 인간의 본성과 능력 그리고 인간이 사는 세상의 법칙에 대한 분별력을 말하며, 이 분별력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의 존재 목적과 신의 축복을 얻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이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잠언에 널리 쓰인 의미입니다. 셋째, 지혜는 인생의 큰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입니다(Root, 1889, pp. 25-27).

 

헌트(Alastair Hunter)는 그의 저서 Wisdom Literature에서 호크마의 쓰인 용도에 대해 구약성경에서 쓰인 6가지 다른 함축적 의미를 도출하고, 그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예시를 인용하였습니다. 6가지 의미는 실용적인 기술과 재능(2006, p. 9), 행정력(p. 10), 솔로몬 왕의 재능(p. 12), 타고난 재치(p. 14), 평생 학습(p. 15) 그리고 윤리적, 종교적 자질(p. 17)에 관한 것입니다. 헌트 또한 마지막 윤리적, 종교적 의미와 관련하여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잠언 9:10에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소위 히브리 시형에서 사용되고 있는 동의적 평행법입니다.

 

    여호와           경외함           지혜

    거룩하신 자    아는 것          명철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곧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즉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란 단순히 머리로만 하나님을 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고 그 말씀에 순종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떨리고 두려운 감정의 차원도 있겠지만 단순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차원이 아니라 경외하므로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그의 말씀에 순종하고 그 말씀을 지킨다는 말입니다(박준서, 2000). 여호와를 경외함이 없으면 우리는 인간의 잘못된 이해에 근거하여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잠 3:5-6). 우리가 삶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존경을 가지면 그분의 승인에 따라 결정을 내립니다. 우주의 창조주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계신다는 것을 안다면 그분의 뜻을 따르고 결정할 것입니다(시 139:1-4).

 

레이드(Standord Reid)는 성경의 지혜의 의미를 알기위해 성경의 지식과 지혜의 차이점을 설명하였습니다. 지식은 주로 지성적인 것을 다룹니다. 그러한 지식은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것은 결코 최종적이지도 궁극적이지도 않습니다. 반면에 지혜는 다른 성격과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혜는 지식을 포함하지만 더 심오합니다. 지식은 경험의 현상들과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지혜는 사실들, 개인과 모든 사람들의 경험을 더 궁극적인 의미에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또한 인간에게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 주려 합니다(시 111:10; 전 12: 13). 레이더도 또한 지혜가 하나님에 대한 경외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특히 하나님의 모든 지혜가 성육신 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존재함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지혜는 궁극적으로 믿음을 통해 예수님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id, 1976).

 

신약에서 지혜와 관련하여 예수님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을 이상적인 현자로 주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열두 살 때 부모와 함께 성전을 방문했을 때 나이 이상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눅 2:46-47). 누가는 예수님의 지혜가 예수님처럼 계속 성장하였음을 언급하며, 예수님 역시 사역 중에 구약성경의 유명한 현자인 솔로몬보다 자신이 위대하다고 선언하셨습니다(마 12:38-42). 지혜라는 주제는 예수님의 많은 이야기에서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산상수훈의 결론에 따르면,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반대로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마 7:24-27). 구약의 지혜이든 신약의 지혜이든 결국은 절대자 하나님이나 예수님과 깊은 관계 속에서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진정한 지혜입니다.

 

본글은 본인의 학술논문 "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지혜" 의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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